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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 시

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/장석남

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/장석남

 

그날 살아 있다고 안심하라고 철없이

아픈 마음이

광교 근처를 지날 적에 칸나꽃을 만나더니

꽃 밝은 잠을 자고 싶어하네

 

빈집들 속에 빈집으로 걸어들어가

쪼그려 잠들면

만발하는 고통아 잎 넓은 한 그루의 애인아

잠이 너무 밝다

 

몰려가는 사람들 틈에서

늙은 산의 울음 소리 들리고

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 조르고

 

산 울음에

종로쯤 떠밀릴 때 나사렛 사람처럼

고통이 내게 묻네 "가는 곳이 어디지?"

휑하니 비어 대답하는 길바닥

걸음은 자꾸 넘어지자고 조르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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